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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브피쉬가 못생긴 이유와 에너지 제로 전략

by myju1 2025. 7. 15.

블로브피쉬가 못생긴 이유와 에너지 제로 전략
블로브피쉬가 못생긴 이유와 에너지 제로 전략

못생긴 외모로 유명해진 블로브피쉬는 사실 그 외모 너머에 더 놀라운 생존의 과학이 숨겨진 생물입니다. 심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뼈도, 근육도, 부레도 거의 없이 진화해 온 블로브피쉬는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누구보다 탁월한 생존자입니다. 이 글에서는 블로브피쉬의 외형이 왜 지상에서 이상해 보이는지, 어떻게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부레 없이 물보다 가벼운 몸으로 어떻게 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심해의 압력과 블로브피쉬 외모의 과학

블로브피쉬는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동물로 선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푹 꺼진 얼굴과 축 늘어진 젤리 같은 피부는 마치 만화 속 캐릭터처럼 보일 정도로 낯설고 괴상합니다. 하지만 이 모습은 블로브피쉬의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설계된 생명체입니다. 외형의 이상함은 심해 생물에게 주어진 환경, 즉 압력 차이의 극복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입니다.

원래 블로브피쉬는 수심 600~1,200m의 심해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로, 그곳의 수압은 지상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이 고압 환경에서 블로브피쉬는 뼈와 근육 없이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젤라틴 조직을 진화적으로 발달시켜 살아갑니다. 이 젤라틴 조직은 고압 환경 속에서 찌그러지거나 무너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상으로 끌어올려질 때 급격한 압력 차이로 인해 이 젤리 조직이 무너지고, 내부 수분이 밀려나오면서 우리가 아는 ‘흐물흐물한 얼굴’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블로브피쉬의 외모는 압력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며, 심해에서는 오히려 비교적 단단하고 유선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합니다. 이 외형은 고압 환경에 최적화된 진화의 산물로, 인간의 시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과학적으로 설계된 생존 구조’입니다. 

블로브피쉬의 에너지 제로 전략

심해는 생존에 극도로 불리한 조건을 가진 환경입니다. 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으며, 수온은 낮고 산소와 먹이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특별한 전략을 진화시켜 왔고 블로브피쉬는 그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생물 중 하나입니다. 그들의 전략은 바로 거의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며 사냥하는 전략보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 생존하는 전략이 유리합니다.  이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유영 능력도 거의 없는 생물로 심지어 헤엄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수영 근육조차 퇴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매우 낮은 대사율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대신 해저 바닥 근처에 가만히 떠 있다가 지나가는 갑각류나 유기물 찌꺼기를 그대로 삼키는 방식으로 먹이를 섭취합니다.

이러한 먹이 섭취 방식은 ‘수동적 먹이 섭취(passive feeding)’라고 불리며,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도 생존을 가능하게 합니다. 고도의 운동 능력 없이도 살아남는 이 전략은 인간의 기준에서는 느리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자원과 에너지가 극히 제한된 심해 생태계에서는 매우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입니다. 블로브피쉬는 생존을 위해 힘을 빼는 법을 선택한 것이며, 이는 에너지 보존을 극대화한 생물학적 미니멀리즘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생존을 위해 꼭 강하고 빠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생물입니다.

 블로브피쉬의 부력 조절법이 특별한 이유

일반적인 물고기는 물속에서 부력을 조절하기 위해 ‘부레(swim bladder)’를 사용합니다. 부레는 내부의 공기량을 조절해 물속에서 떠오르거나 가라앉는 기능을 수행하죠. 그러나 블로브피쉬에게는 이런 장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심해의 높은 수압에서는 부레가 터지기 쉽고, 정상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블로브피쉬는 이를 대신할 특수한 구조를 진화적으로 개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보다 밀도가 낮은 젤라틴성 조직으로 이루어진 몸 전체입니다.

이 조직은 일반 물보다 약간 가볍기 때문에 블로브피쉬는 별다른 에너지 소모 없이도 자연스럽게 물속에서 부유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블로브피쉬의 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부레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력 유지 방식은 단순하지만, 심해라는 고압·저자원 환경에 완벽하게 적합한 생물학적 구조입니다. 덕분에 블로브피쉬는 물속에서 바닥에 가라앉지도, 부상하지도 않으며, 포식자에게도 적당히 눈에 띄지 않는 깊이에 머무를 수 있게 됩니다.

블로브피쉬는 보기에는 이상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심해 생존의 정수를 체현한 존재입니다. 그 외모는 압력 환경의 산물이고, 움직이지 않는 습성은 에너지 보존을 위한 전략이며, 몸 전체가 부레처럼 작동하는 구조는 부력 유지를 위한 진화적 해답입니다. 인간의 미적 기준으로는 ‘이상한 생물’ 일지 몰라도, 자연은 그를 가장 효율적인 심해 생물 중 하나로 설계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던 생물 속에도 과학은 여전히 놀라운 이야기를 숨기고 있습니다.